K248: 기억에 남는 사람들 (25): 사랑인지, 일탈인지를 하엿던 동네 형

이것은 내가 국민학교때 경험한 이야기. 어려서 부터 K고나 S데에 다니던 아는 형들이 , 거리가 가까운 동대문에 살거나 하숙을 한 경우가 많았고, 어뗜 연유에서인지, 아는 형들도 많아서, 난 그 형들에게 자주 놀러갔슴. 그중 한형을 K형 이라고 부르자.

그당시 K고 학생이었는데, 문학적인 감성이 아주 뛰어났다고 함. 국민학생이 내가 듣기에는 , 내용은 몰라도, 단어를 쓰는것이 아주 하려했던것 같음. 그형 자취방에 가면, 글을 쓴 공책들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다른 형들 집에 놀러가면, 책꽂이 에서 책을 꺼내서 읽엇지만, 그형 집에 가면, 책꽂이에서, 그형의 글문집을 꺼내서 읽곤 하였슴. 특히 시모음집은 아주 잘 만들엇씀.

중간 과정은 모르고, 부근에서 자취를 하던 , 술집 호스테스아가씨와 눈이 맞았는데, 방값을 아끼기 위해서 였는지, K고 학생이, 나이많은 호스테스가 직업인 여자와 살림을 차렸고, 소문은 금새 무시무사하게 퍼져서 동네가 몹시 시끄러웟슴. 그후로는 그 형집에 놀러가지 못하엿슴.

듣기로는 K고등학생과 술집 호스테스의 사랑이라고 , 선데이 서울 같은 주간지에 기사도 나갔다고 들은것 같음. 나도 아마도 읽은것 같은데, 기억은 전혀 없슴. 그 호스테스 출신인 여자도 여러번 보앗는데, 전혀 기억에 없슴. 아무런 인상도 기억에 남아잇지 않음. 왜일까?

그리고 아마도 일년쯤 지나서 였는지, 그 형을 우연히 다시 마주쳤는데, 그땐 고등학생 머리가 아니엇슴. 고등학교에서 퇴학을 당해서 머리를 길럿는지, 아니면 대학교에 들어가서 머리를 길렀는지는 기억에 없슴.

그 형보고 어디에 사냐고 물으니까, 이 부근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도로로 다 뚤려버린 이화동 지역. 가는길에 예전에 알던 다른 형도 만났기에, 같이 그 형 집으로 갔지. 꼬불꼬불한 한옥집사이로 자주 가던 길에 그형이 살던 집이 있었고, 방에 들어가니, 신혼부부 방 같지는 않고, 혼자 사는것 같이 보였기에, 다른 형이, 그 여자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으니까, 애기를 낳다고 죽었다고 하면서, 조금 흐느끼더라고. 물어본 형은, 별 말이 없었고, 국민학생인 난, 아무런 감정을 갖을 나이가 아니었는데, 심각한 상화이구나 느끼고서, 먼저 말을 걸지는 못하였지.

한동안의 침묵이 흐른뒤, 방 문지방에 걸터앉은 그형이 시를 읊더라고.

"산산이 부서진 이름어어,
헉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어,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어,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심중에 남아잇는 그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하지 못하엿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태어나서 여태것 들은 시낭송중에 최고였지. 그땐 저 싯구를 처음으로 들었는데, 거의 다 들으면서 외울 정도였지. 역시 그 형은 , 문학적인 재능이 뛰어 나구나하고 생각햇고, 그리 강렬한 표현에 감동했지. 국민학생으로서 뜻을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엇지만, 너무도 강하게 가슴에 와 닿더라고.

나중에, 수년후에야, 그 형이 지은 시가 아니라, 김소월의 초혼이라는 시를 그형이 읇펐다고 알게 되었지. 그것에 약간은 실망햇지만, 그때 처음 듣고서 외운 싯구절은 거의 똑같을 정도여서, 나의 암기력에 놀랐는데, 딱 그때 한번 뿐이엇지.

최고의 시낭송이엇지.

그러고서는 집을 나와서 , 난 우리집으로 갔고. 중학교는 망우리쪽이어서, 반대쪽이어서, 그형하고 마주칠 기회는 거의 없었지만, 그 형 또래 친구들을 통해서 간간히 소식을 듣기는 하엿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ㅈㅇ대 화학공학과에 진학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것 같고, 그후로는 소식을 전혀 못들었지. 동네에서나, 종로에서, 광화문에서, 그 형 또래들을 종종 마주치기는 하엿는데, 그 형 이름도 기억을 못하기에, 굳이 소식을 묻기도 힘들었고, 그러면서, 그 형하고는 완전히 소식이 끊겼지.

하지만 초혼, 싯구를 읽을때마다, 그 형 생각이 항상 낳는데, 국민학생이, 고등학생, 대학생하고 친구 먹기는 힘들고..... 하지만 계속 연결이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몹시 겄지만, 이름도 기억을 못하기에, 찾을 방법은 전혀 없고. 얼굳도 이제는 전혀 떠오르지 않고.

그형에게 그런 사건이 나기 얼마전에, 어느날 저녁에 그형 자취방에 가니까, 하늘을 보면서 싯구를 읖조리더라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그 싯구는 나의 인생 모토지. 물론 국민학교때는, 밤하늘을 보면서 읖조리는 그형의 시낭송이 멋져서, 외우게 되었지만, 고등학생 시절, 그 싯구는 내 인생의 좌우몀이다 정하게 되엇지. 남들이 아무리 나보고 바보라고 하여도, 난 원치대로 살리가 결심하게 해준 싯구절이엇지.

내가 지금 가장 좋아하는, 두 싯구를 소개해준 그 형에 대해서, 지금은 아무런 정보도 기억도 없는것이 몹시 안타까움. 국민학생인 그당시 내 입장에서는 더 알수가 없었지. 교복에 이름 명찰이 있었어도, 국민학생이 고등학생 이름을 막 부를수도 없었고, 친형도 아닌데, 형이라고 부르기도 쑥스러워 햇던 어릴때 나.

싯구절과 그 상황만 기억에 남아있슴. 몹시 보고 싶기는 하다. 그 형은 사랑을 한것일까, 실수였을까, 일탈이엇을까?

(January 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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